작품 개요
중국 작가 위화(余華)의 단편집 《내게는 이름이 없다 我沒有自己的名字》와 중편집《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世事如烟》가 작가 방한을 앞두고 나란히 출간됐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두 권의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 活着》과 《허삼관 매혈기 許三觀賣血記》를 통해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위화는 이번에 소개되는 중․단편집에서도 ‘문림(文林)의 고수’다운 풍모를 마음껏 과시한다.
두 권의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중단편들은 작품 발표 순으로 보면 이미 번역된 두 권의 장편소설보다 훨씬 앞에 놓인다. 따라서 장편소설이 보여준 굵직한 스토리라인 대신 청년작가 특유의 치열한 실험정신과 각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총 17편이 수록된 단편집 《내게는 이름이 없다》는 유머와 슬픔을 적절히 교직시키며 서사 진행의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위화 특유의 소설 작법이 생생하게 빛을 발한다. 짤막한 삽화들을 통해 다종다양한 인간 군상의 우스꽝스럽고도 한심스런 인생을 한 켜 한 켜 드러내는 형식의 작품들은 얼핏 허술한 인간들이 펼쳐놓는 한바탕의 ‘위인열전(爲人列傳)’처럼 읽힌다.
개와 한식구로 살다가 단 한 번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동네 건달들에게 속아 분신처럼 여기던 개를 식용으로 넘겨주고 마는 청년(〈내게는 이름이 없다〉), 제 친구와 놀아난 마누라의 몰래카메라 비디오를 보면서 황색비디오에는 원래 음악이 없는 걸까를 궁금해하는 사내(〈왜 음악이 없는 걸까〉), 소년시절 잘못 엮인 사랑을 두고 10년이 넘도록 후회하지만 결국은 그 사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안쓰러운 남자(〈오래된 사랑 이야기〉), 겁쟁이라는 친구들의 놀림을 보상받기 위하여 제 아버지를 충동질해 결국은 죽음으로 몰고가는 아이(〈난 쥐새끼〉) 등등.
그러나 원고지 40~50매로 마감하는 작품 한 편 한 편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상심과 한숨에 젖어들게 된다. 작가의 따스한 눈길과 풍성한 이야기 솜씨로 빚어진 그 하잘것없는 인생들을 통해 결국은 우리 삶의 지나온 자리와 ‘지금, 이곳’ 삶의 진상(眞想)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중편집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에 수록된 4편의 소설들은 위화가 소위 ‘선봉파(전위파)’ 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80년대 후반에 쓰여진 것들이다. 피와 폭력, 그리고 죽음이 난무하는 이 소설들을 통해 그는 부분적인 망각의 늪에 빠진 중국 당대사의 기억을 우회적으로 환기시킨다. 하위장르적인 도전(추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