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겨울이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정리되지 않은 머리,
세상을 차단하는 선글라스에 숨어
해수는 기나긴 겨울을 살고 있었다.
“당신은 몰라요.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얼마나 비겁하게 느껴지는지.”
“몰라. 나라면 날 비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눈을 뜨고 날 봐,
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잠시 스치는 바람일 뿐이다.
계속되지 않을 온기에 익숙해지지 말자.
수없이 다짐하고 되뇌어 보았지만,
그는 그녀의 가장 연약한 틈을
가장 세련되지 않은 방식으로 파고들었다.
“먼저 허락을 구해야겠군.
그 견고한 성에 내가 좀 들어가야겠거든.”
언제나 겨울이었던 그녀의 시간에
문득 봄이 찾아들었다.
감히 바랄 수조차 없었던 그 찬란함이.
* 본 도서는 2014년 출간된 <그 겨울에 봄이 오면>을 재출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