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소작농의 딸 폴라.
우연한 계기로 명망 높은 벨루니타 백작가로 고용되는데…… 글쎄, 주인님은 앞이 안 보인다고? 눈먼 주인님 시중이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는데 주인님이 너무 지랄맞다는 게 문제다!
“죽고 싶어?”
“그냥 쏘십시오.”
“뭐?”
“이대로 계속 주인님을 방치했다간 결국 전 죽습니다. 얼마 안 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겠죠. 이리 죽고 저리 죽을 바에야 주인님의 총을 맞고 죽는 영광으로 하겠습니다. 자, 쏘고 끝내세요.”
“……미쳤나?”
“안 쏘시나요? 그럼 시트 갈겠습니다.”
그대로 시트를 당기자 그가 기겁하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잠시 뺏으려는 힘과 버티려는 힘이 충돌했다. 그러나 상대는 곤죽도 못 먹은 환자다. 난 코웃음을 치고 온 힘을 다해 시트를 끌어 올렸다.
“진짜 미쳤군! 당장 나가!”
“네, 할 일을 끝내면 나가겠습니다. 제가 빨리 끝내고 나갈 수 있게 좀 일어나 주시겠어요?”
시력을 잃고 성질 더러워진 주인님과 산전수전 다 겪은 시녀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