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자본주의의 적

정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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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1,200 ⓒ
자본주의의 적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40.5MB이용기기
ISBN9788936493585
책 소개
한국소설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하며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언어의 세공

“정지아의 소설은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한국소설계의 대표적인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8년 만에 새 소설집 『자본주의의 적』을 선보인다. 작년에 심훈문학대상과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한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어가며 세태의 흐름을 정밀하게 포착해낸다. 특히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에서 보여주는 언어적 세공이 탁월한데 아버지 세대의 이념갈등과 역사적 상흔을 아들이 이어받는 모습을 뻔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게 그려냈다. 남로당이었던 부모의 삶을 소설로 써낸 『빨치산의 딸』(실천문학 1990) 이후 인간의 삶에 스며든 현대사의 질곡을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새로운 화법도 다양하게 시도한다. 갑작스럽게 기억상실에 빠진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극소수 마니아의 ‘취향’만을 ‘저격’할 듯한 생소한 커피원두와 인테리어의 세계를 부려놓는 식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소설가 정지아가 ‘경험’ ‘기억’ ‘관계’ 등 고유한 실존적 요소에서 살짝 눈을 돌려 정체성의 새로운 요소를 탐사하기 시작했음은 시사적인데, 이는 현대사회에서 취향이 자기 서사의 확고한 페르소나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기존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세상 변화에 적극 감응하는 가운데 그 진폭을 넓혀가는 정지아의 이번 소설집은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며 독자를 몰입시킨다.

낯선 시도가 배반하지 않는 소설의 본령
“그래서 우리는 정지아를 읽는다”

갑자기 기억상실에 빠진 한 남자가 까페에서 정신을 차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존재의 증명」은 기존 정지아 소설에 비춰봤을 때 유독 낯설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남자는 자신의 정체가 오리무중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커피나 액세서리의 취향을 마음에 들어한다. 결국 경찰서에서 한바탕 소동을 겪은 뒤 그는 자신의 집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지만 “기억은 사라져도 취향은 사라지지 않는다”(242~43면)라는 남자의 묵직한 한마디는 그간 정지아 소설에서 주변부에 위치해온 사물들이 이제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관물로 도약했음을 의미한다. 「애틀랜타 힙스터」에는 취향이 존재 자체의 이유인 ‘힙스터’들이 등장한다. 비싼 자전거를 사기 위해 굶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원어민교사 ‘존’, 인도에 심취한 도예가이자 까페 사장인 ‘윤’이 대표적이다. 이 힙스터들이 살아가는 곳이 남도의 한 소읍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화자인 ‘스텔라’가 이들을 관찰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어느날 ‘존’에게 개인교습을 받기 위해 찾아온 ‘미경’의 무례한 말들이 이들 사이에 묘한 기류를 만들어낸다. 어색한 분위기, 뮤지션을 꿈꿨던 ‘존’이 연주하는 피아노의 불협화음, 흩날리는 벚꽃의 삼박자가 형성하는 소설 결말부의 불편함은 취향 외에는 정체성을 표현할 곳이 없는 젊은이들의 처량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 후략

작가 소개
  • 작가정지아
정지아 鄭智我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등이 있다.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노근리 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