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런 적이 없습니까?”
기이한 순간을 맞닥뜨린 인물들이 보여주는 마음의 해부도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에는 다양한 강박에 시달리거나 묘한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인물들의 강박 혹은 사건에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종의 초현실주의 영화처럼, 환상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강박적인 인물들은 그 사건을 맞닥뜨린다.
「17번 테이블」에는 아내가 단골손님과 바람이 나면서 이혼한 ‘나’가 나오는데, 그는 단골손님이 자주 앉았던 17번 테이블에 집착하며 매일 밤 가게 문을 닫은 후 그 테이블에서 늦도록 술을 마시고, 그럼으로써 현재의 결혼 생활마저 서서히 망가뜨린다.
그 일은 전혀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과거를 되새기는 일은 매번 새롭게 나에게 타격을 입히고 나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나의 삶이라고 느낍니다. 그게 나라고, 어느 한구석도 어긋나는 데가 없이 나 자신과 딱 들어맞는 나라고요.
_「17번 테이블」 중에서
불가해한 사건은 짧은 소설 「이웃」에서 잘 드러난다. 열여섯 가구가 사는 ‘개미마을’이라는 작은 빌라에 입주한 ‘나’는, 303호에 사는 이웃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이웃은 지난밤 ‘나’의 전화통화 내용을 언급하는가 하면, 창문 너머로 ‘나’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빌라 앞 공터에 나와 빨래를 널고 평상에서 낮잠을 자며, 자신의 생활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방식으로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도 한다. ‘나’와 이웃 사이에는 분명히 벽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묘한 기분, 그리고 이웃은 이러한 ‘나’의 기분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 최정화는 이러한 긴장감을 조금씩 고조시키며 ‘나’와 이웃을 마주하도록 한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기분이 들 수 있어요. 난 이 빌라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을 봤으니까요. 그 사람들 중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 스트레스가 커지면 없는 것을 보기도 한다고요. 들린다고요. 당신이 본 것에 집착하면 안 돼요. 들은 것에 집중하지 말아요. 보인다고 해서 실재한다고 믿으면 안 됩니다. 들린다고 대꾸해선 안 된다고요.
_「이웃」 중에서
기이한 사건들은 인물이 느끼는 불안과 맞닿아 있으며, 인물들이 직조해내는 불안은 나아가 삶의 모순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질서정연하거나 논리적으로 짜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최정화의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는 불안과의 사투를 통해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