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만나고 몇 번 밥 먹은 사람이랑 결혼 어떻게 해. 넌 그런 사람이랑 키스하고 배꼽 맞추면서 살 수 있어? 난 못 해.”
“그런 사람이 선 자리는 왜 나갔어요?”
여태껏 약자이기만 했던 은람은 비로소 이제는 지훈의 위에 올라가 절대적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지훈은 깊은 한숨으로 현실을 인정했다.
“독립 꼭 할 거예요. 집 안 구해 줄 거면 키스해 줘요.”
첫눈이 내렸다. 밤송이만 한 포근해 보이는 눈이 은람의 눈꺼풀 위로 사뿐히 내려앉아 차갑게 녹아 사라졌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 여학생들이 지나가며 재잘거리는 소리, 붕어빵 장수가 차례대로 쇠붙이를 넘기는 소리, 정오에만 쬘 수 있는 볕.
그리고 이상하게 시간이 멈춰 있는 두 사람이 서 있는 곳.
그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