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파혼한 다음 약혼할 황자를 추천한 카자르의 얼굴은 마치 세상의 멸망을 코앞에 둔 사람 같았다. 그 비장미 넘치는 얼굴을 마주하며 엘루아나가 픽 웃었다.
“바보. 내가 약속했잖아. 네 머리 위에 황관을 씌워주겠다고.”
카자르의 눈동자에 의문이 어렸다. 미약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카자르에게는 어떠한 가능성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엘루아나는 약속을 이야기했다.
“내 약속은 싸구려가 아니야.”
선언하듯이 말하는 엘루아나를 바라보는 카자르의 심장은 야속할 정도로 거세게 뛰었다. 또다시 엘루아나에게 속절없이 말려들고 있었다.
엘루아나가 말을 이었다.
“우리의 약속은 지켜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