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하늘을 보기 위해 물구나무서는 밤”
지금의 부조리를 직시하며 완성되는 시의 정면
밑과 하늘을 뒤바꿔 다다르는 어둠의 너머
2011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줄곧 소외되고 억압받는 민중의 처절한 음성에 귀 기울여온 이설야 시인의 신작 시집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창비 2016)로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박영근작품상을 받은 뒤 펴내는 세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죽음이 도사린 비극적 삶과 부조리한 현재를 냉철한 시선으로 직시하며 “착취와 디아스포라가 기록이 아니라 체험이 되는”(신용목, 추천사) 시세계를 펼쳐낸다. 능숙하고 절제된 언어와 깊고 확장된 사유로 이 세계의 아래로부터 들끓는 고통의 신음을 증언하고 비정한 문명에 저항하는 시편들이 리얼리즘 시의 일면을 갱신한다.
이설야의 시는 도시문명의 어둠을 깊숙이 파고드는 “안개등”(「저편」)이다. 빛이 닿지 않는 도시의 비좁은 골목과 검게 닳은 아스팔트, 누구도 멈춰 서는 법 없는 지하상가를 향해 불을 밝힌다. 그 불 아래 낱낱이 드러나는 것은 “여자의 얼굴을 때리고 있”는 “남자의 커다란 손”(「심지음악감상실」), “오토바이와 함께 쓰러”진 배달 소년(「배달 소년들」), “바닥과 하나 된 자세로 엎드”린 노숙자(「자세」) 같은 이들이다. 더욱 은밀하고 날렵해진 도시의 폭력에 베이고 쓰러지는 존재들을 응시하는 시인의 눈에 도시는 휘황찬란한 낙원이 아니라 매일 누군가 생사를 헤매는 위태로운 곳이다. 결국 한 존재가 사라진다 해도 그런 것 따위야 없어도 된다는 듯 태연하게 작동하는 세상에서 “먼지처럼 둥둥 떠다”(「입 없는 얼굴들」)니다 바닥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설움을 시인은 정직하게 받아쓴다. 손쉽게 분노하거나 연민하지 않는 그의 언어는 너무나 만연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착취의 현실을 가감 없이 해부한다. 그리고 시선을 더 멀리 두어 역사의 폭압에 의해 “뚫린 심장의 구멍”(「이민자들」)들을 환기하고 “물고기들의 머리를 둘로 만든”(「증상들」) 물질문명의 오만과 독선을 차갑게 비판하는 데까지 이른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