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난무하는 소설 속,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의 여동생으로 환생했다.
어차피 내 '오빠' 역할을 하고 있는 저 놈은 전쟁에서 패한 후
정의로운 남자 주인공의 처단을 받을 악당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만 얌전히 여동생 흉내를 내기만 하면 된다.
아니, 그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네 손에 들린 그거, 설마 남주 목이니?'
오빠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말았다.
***
"저 짐은 뭐지?"
"으응?"
디트리히의 길쭉한 손가락 끝에는 그가 전쟁터로 떠나자마자 내가 알뜰살뜰 챙긴 짐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저게 뭐냐고 물었어."
"여, 여행 가방이지, 오빠."
"여행? 혼자?"
디트리히의 검은 눈이 살벌하게 번뜩인다. 막 승전하고 돌아온 그에게서는 살인자 특유의 비릿한 피냄새가 났다.
"나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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