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심한 약혼자였다.
약혼녀가 학대당한 걸 모를 만큼.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학대하는 후작 부부에게서 분리했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줬다.
시혼 블레어 공작이 왜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나를 살뜰히 챙길까.
어쩌면 그가 나를 사랑하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어리석게 기대하고 말았다.
하지만 먼저 용기내서 고백한 결과, 돌아온 건 냉담한 거절이었다.
“내 언행이 오해 살 만했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절대 그럴 수도 없고. 넌 ‘날 독살한 원수’니까.”
회귀 전 나는 남편인 그를 독살한 악녀였다고.
회귀 후 시혼은 예정된 비극을 막기 위해 나를 교화시켰을 뿐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설 곳은 여기에도 없는 거였다.
지금의 현실에서 나는 그를 죽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그를 위해 기꺼이 사라지기로 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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