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처럼 공항을 배회하던 은서의 눈동자가 침잠했다.
메이저리거가 되어 돌아온 오랜 첫사랑, 정이수의 곁에 선 약혼녀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게 가슴에 돌무덤을 쌓는 짓인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은서는 이내 미소를 머금은 채 몸을 돌렸다.
“이번 생은 이렇게 마감하지, 뭐. 짝사랑 원 없이 해 본 거로.”
짝사랑의 장점은 시작도 종료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다신 마주칠 일 없을 거라 생각한 이수가 제 앞에 나타났다.
“네, 딸…… 이야?”
“……네.”
강속구를 얻어맞은 듯 멍했던 이수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궁금하다.”
“뭐가요?”
“서은서가…… 사랑한 남자가 누군지.”
난잡한 생활을 했어도 좋다. 하룻밤 불장난이었어도.
혼자 아이를 낳을 만큼, 그 새끼를 사랑했다는 말만 아니라면 뭐든. 내 세상으로 널 데려가려고 왔으니까.
이수의 입가가 삐뚜름히 올라갔다.
“어서 내가 원하는 대답을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