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무심코 인사를 뱉어 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가 ‘안녕.’ 하고 인사할 사이인가.
“…하세요.”
M홀딩스 이사이자 해신 그룹의 개라 불리는 남자, 권정헌.
그와 11년 만에 나선 갤러리에서 조우한 갤러리스트, 고우연.
“어디까지 할 수 있어요?”
테두리가 선명한 검은 눈이 우연에게 고정되었다.
묘한 질문과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선에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여기에선 원하는 걸 다 구할 수 있다고 들어서.”
끝이 좋지 않았던 첫사랑은 불시에 나타나 우연의 세계를 뒤흔들었다.
여름이 타는 줄도, 가을이 지는 줄도 모르고 좋아했던 그때와 다르게,
열아홉과 서른하나의 간극을 또렷하게 지닌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