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신화처럼 회자되는 기업가 정주영의 이야기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도 20여 년이 흘렀다. 한국 경제가 발전을 이루면서 큰 성공을 만들어 낸 경영인이 많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으로 정주영의 이름을 꼽는다. 지난 2019년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기업인’ 조사에서도 여전히 정주영이 1위였다.
사람들은 자수성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정주영은 자수성가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그는 국내 최대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배를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계약을 성사시키고, 유례가 없던 간척 사업을 이뤄 내고, 모두가 회의적이었던 88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고, 국내 기술로 자동차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소 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하는 등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주영이 남긴 사업적 성과와 극적인 성공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해서 회자될 만큼 놀랍기만 하다. 맨땅에서 일으켜 거둔 결실은 말 그대로 ‘기적 같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게다가 그가 일궈 낸 현대그룹은 지금도 우리나라 경제에 크게 기여하며 현재진행형의 기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주영이라는 인물과 그의 업적을 신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책은 정주영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추억과 감동으로, 정주영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던 이들에게는 다시금 도전할 수 있는 희망으로, 정주영을 지난 역사 속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들에게는 살아 숨 쉬는 흥미진진한 영웅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주영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역사
『결단은 칼처럼 행동은 화살처럼』은 시간 여행을 하듯 정주영의 일대기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며 수많은 사건과 기록, 그리고 생각을 풀어낸다. 작가는 정주영과 관련된 논문, 연설문, 회고록, 수많은 기사, 인터뷰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써 내려갔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분석하며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주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최대한 독자의 마음으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책은 정주영이 소년 시절 네 번의 가출을 감행했다는 사건으로 시작해, 청년 시절 신용 하나로 쌀가게 주인이 된 이야기로 나아가고, 초창기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의 모습을 비추면서 점차 한국 경제 근대화의 중심으로 다가간다. 그 시절 대다수 국민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주영은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배고픈 삶을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가고 싶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농사 중심에서 생산업으로 바뀌게 되는 길을 함께 걸어왔으며, 때로는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하면서 한국 경제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정주영이 걸어온 길은 한 개인의 역사인 동시에 가난 속에서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이전 세대의 놀랍고도 치열한 삶의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이번 전면 개정판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반영하기도 했다. 특히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K 문화 현상을 분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2020년대는 한국이 경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K 문화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의미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주영은 그러한 가능성을 일찍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는 “한국인은 세계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한국인은 근면·성실할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예의 바르기까지 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