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남자와 호텔에 왔다.
아홉수가 불러온 역사적인 일탈의 현장이었다.
“서로 미련 없다 싶으면……. 오늘 하룻밤으로 깔끔하게 끝내고 헤어지는 거로.”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1년 후, 그 남자가 우리 회사의 새로운 팀장으로 부임해오기 전까지는.
“우리 잤잖아요. 라비에트 호텔 2005호.”
이건 완벽했던 백도희 인생에 금이 가는 소리였다.
“설마 모른다고 발뺌하진 않겠지.”
사람은 기억에서 태어나고, 평생 그 기억 속에 갇혀 살아가는 존재였다.
도망치려 해도 이미 지독하게 얽혀버린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