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편의점에서 잠깐

정호승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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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0,400 ⓒ
편의점에서 잠깐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38.7MB이용기기
ISBN9788936427825
책 소개
“외로워하지 말고 고독할 것
굳이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으지 말 것”

서정의 거장이 건네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위로
패배와 어리석음을 딛고 삶에서 길어 올린 영혼의 문장들

지난 반세기, 정호승은 한국인의 영혼을 가장 깊이 위로해온 시인이다. 사랑의 언어는 희미해지고 서로를 향한 증오가 만연한 시대, 여전히 우리는 그의 따뜻한 손길과 눈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3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을 많은 독자들이 기다려온 이유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익숙한 위로를 넘어, 한층 깊어진 순결한 원숙미를 보여준다. 우리가 그의 시에서 감동과 위로를 받는 것은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서 가장 빛나는 가치를 길어 올리기 때문이다. 시인은 패배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하고(「패배에 대하여」), 어리석음이야말로 진정한 현명함(「어리석음에 대하여」)이라고 노래한다. 이처럼 실패와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생의 진실을 마주하는 태도는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시인 스스로 “더이상 시를 못 쓰게 될 줄 알았다. 시의 샘이 말라버렸다고 여겼다”(시인의 말)라고 고백한 절망의 순간은 역설적으로 그가 왜 여전히 새로운 시인인지를 증명한다. 고갈되었다 믿었던 샘에서 다시금 시라는 물을 길어 올리는 끈질긴 과정 끝에 이 시집을 묶어냈기 때문이다. 백스물다섯편 중 스물다섯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발표 신작시다. 50여년의 시력(詩歷)에도 진부함에 매몰되지 않는 힘, 바로 여기서 우리는 정호승이 “아주 오래된 시인이자 동시에 아주 새로운 시인”(김승희 시인, 추천사)인 이유를 발견한다. 그의 시는 연륜을 증명하는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치열하게 생성되는 뜨거운 언어다.

목차
제1부

패배에 대하여 

진심에 대하여 

어리석음에 대하여 

추락

술잔을 앞에 놓고 

빈 술병 

낙엽을 쓰는 사람 

연필을 깎으며 

편의점에서 잠깐

순댓국을 먹으며 

가난한 사람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여자 

강물 같은 사람 

낙뢰(落雷)

폭포 

담배꽁초 

구혼(求婚) 

몽돌

벚꽃 

관(棺)을 짜는 남자 

무게에 대한 생각 

쓰레기 

쓰레기 

현관문 

낙하(落下)  

 

제2부

마음을 먹었다 

마음의 주인 

마음이 가난해지기 위하여 

마음이 가난한 사람 

마음으로 가는 길 

점심(點心)

불심(佛心) 

슬프고 아름다운 

기도하는 법 

연등 

죽비 

아라연꽃 

무명초(無明草) 

시간에 대한 감각 

돌탑 

양심을 찾아서 

양심선언 

저녁 시간 

눈사람 

설산(雪山)을 바라보며 

칼과 풀잎 

거미줄에 걸린 거미 

절대정지 

바보주막 

심장마비



제3부

거기 누구 계시온지 

지진

선택해주세요 

마음의 성지(聖地) 

겨울새 

자리갯돌 

용서를 위한 기도 

물 한잔 

어디 가는 길이세요 

작은 그릇 하나로 

천사에 대한 질문 

횡단보도 

이 손수건으로 

당신이 아니면 

당신의 잔 

당신의 발아래 

서울역 비둘기 

다음에 또 만나요 

슬퍼도 아름답게 

슬픔의 그림자 

눈사람 

노숙인발생신고서 

다시 성자(聖者)를 기다리며 

퇴로(退路) 

장마



제4부

천벌 

낙담 

사랑하기 위하여 

닻과 돛 

버팀목 

우리가 사랑하는 시간은 

바둑 

우산도 없이 

주상절리 

종이학을 접으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오죽하면 

기차는 떠났어요 

당신 뜻대로 

물속의 달 

어제에게 받은 편지 

내일에게 받은 편지 

등대 

마음이 떠났다 

빼앗긴 마음

첫눈이 내릴 때마다 

사랑이 끝났을 때 

고백 

마침내 

이별의 기도 



제5부

당신이 인간이라면 

물새들을 따라가 물을 마신다 

엎질러진 물 

하루를 기다리며 

새에게 부탁함 

찬밥 

공중전화 부스 

숟가락을 생각함 

견인(牽引) 

축대 

내리막길 

나의 멱살에게 

구걸 

사막을 건너는 법

오늘의 낙타 

심부름 

거미줄에서 

쥐 

바람의 눈물 

식물인간 향후추정서 

요양병원 

마지막 희망 

풀잎 

하동포구에서 

극락조  



해설|오연경

시인의 말

작가 소개
  • 작가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흔들리지 않는 갈대』, 『수선화에게』 등이, 동시집 『참새』, 영한시집 『부치지 않은 편지』,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울지 말고 꽃을 보라』, 『모닥불』, 『기차 이야기』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김우종문학상,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언제나 부드러운 언어의 무늬와 심미적인 상상력 속에서 생성되고 펼쳐지는 그의 언어는 슬픔을 노래할 때도 탁하거나 컬컬하지 않다. 오히려 체온으로 그 슬픔을 감싸 안는다. 오랜 시간동안 바래지 않은 온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따스한 언어에는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의 감정이 가득 차 있다. 언뜻 감상적인 대중 시집과 차별성이 없어 보이지만, 정호승 시인은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승인하고, 그 운명을 ‘사랑’으로 위안하고 견디며 그 안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시편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하였다. ‘슬픔’ 속에서 ‘희망’의 원리를 일구려던 시인의 시학이 마침내 다다른 ‘희생을 통한 사랑의 완성’은, 윤리적인 완성으로서의 ‘사랑’의 시학이다. 이 속에서 꺼지지 않는 ‘순연한 아름다움’이 있는 한 그의 언어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