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장경제와 화폐 시스템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최근의 현상이다. 수천 년간 인간 사회는 선물 교환, 호혜적 협력, 권력자의 재분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해왔다. 경제인류학은 바로 이러한 다채로운 경제 형태들을 연구하며, 서구 중심적 경제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고등학생들이 경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하고, 문화와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경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칼 폴라니의 교환 형태론은 경제를 호혜성, 재분배, 시장교환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마르셀 모스의 선물론은 선물이 단순한 경제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핵심 메커니즘임을 보여준다. 북미 원주민의 포틀래치에서는 재물을 파괴하거나 나누어줌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얻는 놀라운 경제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효율성과 이익 추구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책은 이론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설명하여 추상적 개념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야프섬의 거대한 돌 화폐, 칼라하리 사막 쿵족의 여유로운 수렵채집 생활, 몽골 유목민의 계절 이주 시스템, 아프리카 우분투 철학에 기반한 공동체 경제 등 전 세계 다양한 문화의 경제 사례들이 펼쳐진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만든 직업 세습 구조, 이슬람 샤리아 금융의 이자 금지 원칙, 아마존 원주민들의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 등은 경제가 종교, 사회 제도, 환경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각각의 사례는 단순한 호기심 거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상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거울 역할을 한다.
디지털 경제, 기후 위기, 세계화, 인공지능 등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새로운 경제적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책은 전통 사회의 지혜가 현대 문제 해결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페어트레이드 운동, 공유경제, 사회적 기업 등 대안적 경제 모델들도 경제인류학의 렌즈로 분석한다. 경제를 숫자와 그래프로만 이해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과 문화 속에서 작동하는 살아있는 경제를 만날 수 있다. 25개 장에 걸친 체계적 구성은 경제인류학의 핵심 개념들을 차근차근 익혀가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