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단편집 저주토끼를 읽고 나면 묘한 감정이 남습니다. 무섭고 역겹고 슬프고 통쾌한데, 왜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했는지, 무엇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선명하게 정리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드는 읽기 안내서입니다. 저주토끼를 단순한 공포 단편집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세계 문학사 속 사건으로 다시 읽도록 도와주는 소설 가이드입니다. 1장은 러시아와 동유럽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 시위 현장을 꾸준히 찾는 시민으로서의 정보라를 따라가며, 저주와 괴담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작가의 이력을 차근차근 복원합니다. 2장에서는 2017년 아작에서 조용히 출간된 단편집이 어떻게 영어 번역과 함께 인터내셔널 부커상,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 문학상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했는지, 팬덤과 해외 비평, 국내 재수용의 흐름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합니다. 3장부터 6장까지는 표제작 저주토끼를 비롯해 머리, 붉은 점, 집, 귀신 아빠, 임신한 여자, Snare 등을 묶어 저주, 몸과 폐기물, 가부장제와 가족, 자본주의와 노동이라는 네 축으로 작품 세계를 해부합니다. 7장과 8장은 장르 혼종성, 페미니즘적 상상력을 키워드로 삼아 이 책이 왜 호러이자 우화이고, 동시에 페미니즘 소설로 읽히는지를 다양한 해외 서평과 이론을 곁들여 설명합니다. 9장에서는 한국 설화와 도시괴담, 슬라브 신화의 계보 속에 저주토끼를 위치시키고, 10장과 11장은 세월호, 이태원, 낙태죄 논쟁, 장애인 이동권 시위 등 현실 정치와 작가의 데모 에세이, 번역자 안톤 허의 작업을 연결해 정치와 번역의 측면에서 작품을 확장합니다. 마지막 12장은 대학 수업, 독서모임, 1인 독서용 실전 활용 가이드로, 단편별 토론 질문, 발표 주제, 과제 아이디어를 정리해 두어 이 한 권만으로도 독서모임 커리큘럼을 짤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학술 논문처럼 어렵지 않으면서도 단순 줄거리 해설에 그치지 않는 중간 지대를 목표로 한 이 가이드는, 저주토끼를 이미 읽은 독자에게는 재독의 이유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작품에 들어갈 길잡이를 제공하는 문학 안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