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우리 곁에는 호랑이가 있었다. 산길에서 마주칠 법한 두려움의 상징으로도, 아이들이 들으며 웃음 짓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익살스러운 주인공으로도. 그러나 현실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이 ‘한국의 호랑이’는 정말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 책은 그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유행보다 사람들의 반응과 문화 뒤편의 원리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념과 감정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옛이야기’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 속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호랑이를 따라가다 보니, 비로소 깨닫는다. “한국의 호랑이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민화 속 호랑이는 때로 우습고, 때로 위엄 있고, 때로는 시대의 모순을 향해 돌직구를 던지는 날 선 풍자의 화신이다. 설화 속 호랑이는 인간에게 두려움인 동시에 보호자이며, 민중의 감정을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들은 사라진 호랑이의 흔적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시선과 사고가 고스란히 남은 생생한 기록이다.
《다시 만난 호랑이: 설화와 캐릭터》는 학술적 분석보다는, 독자에게 한국 민화와 설화 속 호랑이가 가진 살아 있는 매력을 새롭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산신도, 문배도, 작호도에 깃든 상징부터 시대를 관통하며 변화해온 호랑이의 의미까지, 친숙하지만 낯선 이야기들을 차근히 풀어낸다.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 문화’ 자체가 주목받는 지금, 이 책은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우리 전통 속 호랑이의 숨결을 다시금 느끼게 해줄 것이다. 언젠가 산길에서 사라져버린 호랑이는,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