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내게 주어진 시간 중 많은 부분을 걷는 시간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복잡했던 머리를 비우기도 하고, 때로는 온갖 잡념에 잠기기도 하며 무심히 걷다 보면, 문득 평소에는 스쳐 지나쳤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길가에 삐죽이 솟아오른 무심한 들풀들, 긴 세월을 묵묵히 견뎌내며 풍파에 마모된 바위들, 비 온 뒤 고인 물에 비친 풍경들까지. 그 모든 모습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내 시선을 붙잡고, 셔터를 눌러 그 순간을 기록한다. 기록된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은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 책은 그동안 길 위에서 마주한 수많은 모습들과, 그 풍경들 속에서 피어난 두서없는 단상들을 옮겨 적은 기록이다. 정돈되지 않은 생각과 시선의 조각들일지라도, 이는 곧 나의 살아가는 과정 중 한 부분이며, 그 시간을 기록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 책을 접하는 여러분들께서도 잠시 멈추어 서서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