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기로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장소는 용동권번 계단이었다.
‘龍洞券番용동권번’
인천시 중구 용동 뒷골목 돌계단에 쓰인 음각 글씨이다. 더 정확히는 ‘龍洞券番 昭和 四年 六月 修築’이라고 쓰여있다. 소화 4년은 1929년이다.
권번은 일제강점기 때 기생을 관리하던 조합을 말한다. 용동권번은 그 당시 여러 권번 중 하나로 규모가 꽤 컸다고 알려져 있다. 권번에서는 기생 후보자를 뽑아 노래와 춤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1930년대 인천 지역에서 기생이 출입하던 요릿집은 10여 개소에 달하고 기생은 1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양진채 작가의 소설 <변사 기담>의 끝부분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인천 애관극장에서 활동했던 무성영화 변사인 기담과 애인인 기생 묘화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생 묘화도 권번에 속한 기생이었을 것이다.
4년 전 답사 때, 계단에 쓰인 글자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후 다시 찾아갔을 때, 계단 발 디딤 부분에 덧댄 아스콘 포장이 글자 윗부분을 가릴 정도로 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