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고민을 영화적으로 담은 책
서곡숙 교수의 『영화에 담긴 청소년의 분노』는 한국 청소년 영화 연구에 있어 단순한 저작이 아니라, 의미의 전환점이라 할 만한 작업이다. 청소년기의 분노라는 주제를 통해, 저자는 한국 사회와 문화가 청소년에게 부과한 억압과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며, 동시에 영화가 어떻게 이를 재현하고 전복하며, 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가는지를 집요하게탐구한다.
이 책의 첫 번째 가치는 학문적 엄밀성에 있다. 저자는 그레마스의 행동자 모델을 비롯한 정교한 서사 분석 방법을 도입하여, 청소년 영화의 갈등 구조와 분노의 형식을 섬세하게 해부한다. 이를 통해 영화가 단순히 청소년의 일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억압, 소통과 단절의 교차점에서 형성된 서사적 장치임을 밝혀낸다. 이와 같은 분석은 한국 영화 연구에서 오랫동안 주변화되었던 청소년 영화 연구를 학문적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게 한다.
둘째, 이 책은 사회문화적 통찰을 담보한다. 『벌새』 , 『거인』, 『한공주』, 『꿈의 제인』 등 주요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저자는 청소년의 분노가 결코 개인적 차원의 감정 폭발이 아니라, 가족 제도의 균열, 학교와 사회의 억압, 그리고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청소년 영화는 곧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비추는 비판적 거울이 되는 것이다.
셋째, 이 책은 실천적 가치를 지닌다. 청소년 영화제에서 제작.상영된 작품들을 분석하며, 청소년 스스로 영화를 통해 분노를 발화하고, 사회와 소통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더 이상 단순한 '재현의 장르'가 아니라,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민주적 공간이 된다.
따라서 영화에 담긴 청소년의 분노J는 영화학자에게는 청소년 영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구자에게는 청소년 문화와 구조적 폭력 연구의 자극을, 교육자에게는 영화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청소년의 분노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어명게 들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해 마지않는다.
- 성일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