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발라Kalevala』는 핀란드와 그 주변 지역, 특히 카렐리아와 백해 일대에서 전해지던 민간 전승을 19세기의 의사이자 문헌학자인 엘리아스 뢴로트Elias Lönnrot가 수집하여 집대성한 민속 서사시이다. 뢴로트는 7년에 걸쳐 시골을 탐방하며 옛 핀란드어 노래를 채록하고 편집·교정을 더하여 1835년에 첫 «칼레발라»를 출판하였고, 이후 서사를 보강하여 1849년 새 판본을 출판하였다.
19세기를 휩쓴 핀란드 민족주의의 열풍을 타고 «칼레발라»는 수많은 창작자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기능하였다. 핀란드 예술사에서 «칼레발라»를 소재로 여러 관현악과 교향시를 쓴 장 시벨리우스Jean Sibelius를 어떻게 빼놓을 수 있을까? 오늘날까지 «칼레발라» 초판의 출판일인 2월 28일을 “칼레발라의 날”로 기념하여 핀란드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찬양이 아니다.
«칼레발라»는 핀란드 신화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방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핀란드 신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웃의 북유럽 신화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호전적인 이웃과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왔기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칼레발라»를 읽는다면 토르의 망치가 다스리는 폭력과 죽음의 세계가 아닌, 우코의 도끼가 다스리는 서정과 감성의 설국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본서는 1849년의 새 『칼레발라』 판본을 한국어로 완역한 서적이다. 총 22,795행으로 구성된 『칼레발라』는 8음절의 정형 율격을 엄격하게 따르는데, 본서는 이는 12음절의 한국어 운문으로 재현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문의 구조를 한국어에 알맞게 다소 재편하였으며, 낯선 관용어와 이국적인 문화·풍습 등을 설명하는 500여 개에 달하는 상세한 주석을 덧붙였다. 책 말미에는 150여 개의 인명·지명의 출전과 간략한 해설을 부록으로 첨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