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흔히 감성의 영역으로 규정된다. 우리는 그림 앞에서 우선적으로 감정을 동원한다. 색은 감정을 흔들고, 선은 인간 내면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감성적 접촉만으로 예술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가? 예술은 단지 감흥의 사건인가, 아니면 사유의 장(場)이기도 한가?
나는 오래전부터 이 질문을 품어왔다.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대부분 즉각적인 반응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즉각성은 때때로 사유의 가능성을 가린다. 감정은 깊이를 주지만, 깊이를 해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그림을 이성의 언어로 다시 읽는 시도를 하고자 한다. 감성의 반응을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감성을 둘러싼 구조를 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림은 표면의 아름다움 너머에,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시대가 가진 무의식을 담고 있다. 색채와 선은 우연히 놓이지 않으며, 구도는 저마다의 철학적 질서를 품는다. 그림은 이미지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하나의 질문 “세계는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가” 에 대한 비언어적 대답이다.
따라서 그림을 분석한다는 것은 이미지의 해체가 아니라 사유의 기원을 탐색하는 철학적 행위이다.
나는 또한 그림과 문자를 서로 분리된 두 문화 형식으로 보지 않는다. 인류 문명의 서사 속에서 이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목적을 수행해왔다.
그림은 감각적 직관을 통해 세계를 개략적으로 포착했고, 문자는 그 직관을 논리적 형태로 정교화했다.하나는 ‘보는 방식’을, 다른 하나는 ‘사유하는 방식’을 형성했다.이 두 방식이 병행할 때, 인간은 비로소 세계를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의 우리는 그림은 감성의 장으로, 문자는 이성의 장으로 인위적으로 분리해 놓았다. 이 책은 바로 그 단절을 다시 잇고자 한다.그림을 통해 이성을, 문자를 통해 감성을 발견하는 통합적 사유의 회복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는 근본적 이유다.나는 이 책이 독자에게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길 바란다.그림을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