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은 ‘무슨 죄인지’가 아니라 ‘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혐의는 제시되지 않는데도 체포는 통지되고, 일상은 계속되는데도 모든 행동은 재판의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 폭력보다 절차가 더 오래 사람을 괴롭히는 이유, 설명이 사라진 자리에서 추측과 자기감시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과정을 이 작품은 냉정하게 밀어붙인다.
이 안내서는 『소송』을 “부조리한 악몽”으로만 소비하지 않도록, 장면과 구조를 붙잡아 독서모임에서 바로 토론 가능한 언어로 정리한다. 체포의 아침과 ‘혐의 없음’의 논리, 다락방 법원이라는 공간의 미로, 성당 장면과 ‘법 앞에서’ 우화, 친밀함·수치·소문이 재판의 통로가 되는 방식, 일과 재판이 겹치며 삶이 사건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해설한다. 고전이 오늘의 조직·절차·평가·자동화된 판단의 현실과 어떻게 접속하는지도 함께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