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모든 게 새로 시작될 것 같지만, 이 이야기의 봄은 이상하게도 늘 “다음”으로 미뤄집니다. 착하고 순박한 ‘나’는 점순이 집에서 밭일을 거들며, ""조금만 더 하면 혼인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버팁니다. 그런데 약속은 지켜지기보다 계산되고, 일은 끝나기보다 늘어납니다. 봄이 몇 번이나 지나가도 결혼 이야기는 흐지부지,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기대와 의심이 번갈아 쌓여 갑니다.
『봄봄』은 줄거리가 단순해서 금방 읽히지만, 읽고 나면 오래 생각이 남는 작품입니다. 누가 악인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장면들, “약속”이 “거래”로 바뀌는 순간들, 그리고 봄이라는 계절이 상징하는 희망이 어떻게 아이러니로 뒤집히는지—짧은 이야기 안에 등장인물의 이해 관계가 첨예합니다. 가볍게 웃으며 읽기 시작했다가, 마지막에는 주인공에게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