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들을 만났다
중학교 2학년 ‘다온’에게는 열 살 때 처음 만난 아빠와 언니 ‘다희’가 있다. 오랫동안 엄마가 전부였던 다온의 세계에 새로 나타난, 마냥 어른스러워 보이는 언니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두 번의 유산을 겪고 새로운 아기를 임신한 다희의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다온은 자신이 아이의 태몽을 꾸었다고 거짓말한다. 다희는 예상보다 더 기뻐했고, 둘은 다온이 원했던 것처럼 가까운 자매가 된다. 하지만 다온의 마음속에선 “거짓말을 하면 꼭 불행해”(13면)진다는 서늘한 두려움이 점점 존재를 키운다. 하루하루 마음이 무겁던 다온은 우연히 ‘거짓말 무덤’이라는 익명 채팅방의 초대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거짓말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규칙은 간단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일 것, 개인정보를 말하지 않을 것, 채팅방 안의 일을 바깥으로 퍼트리지 않을 것,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것. 지킬 수 없다면 지금 채팅방을 나가도 돼. 나갈래, 계속 있을래?” (본문 38면)
입양되었기에 느끼는 차별과 동생을 향한 미움을 숨기는 ‘쿠쿠’, 외국인인 새엄마가 못 먹는 매운 음식을 일부러 좋아하는 척하는 ‘캡사이신’, 엄마의 과한 기대에 버거워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해 온 전공을 그만두지 못하는 ‘웬디’, 무관심한 부모님에게 복수하기 위해 좋은 대학에 합격한 후 자퇴를 꿈꾸는 ‘장’까지. “무엇도 잘못인 것 같지 않”(59면)아 무엇이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익명의 공간에서 오히려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더 자기 자신”(39면)이 된다. 얼굴도, 이름도, 정확한 나이도 모르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은 아이들에게서 다온은 묘한 위안과 해방감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