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펼치기 전에
우리는 왜 『배비장전』을 웃고도 오래 잊지 못할까요
많은 독자는 『배비장전』을 몇 장면의 익살로만 기억합니다. 여색을 멀리하겠다던 관리가 기생의 꾀에 넘어가 망신을 당하는 이야기, 대개 그 정도의 윤곽만 붙들고 작품을 덮곤 합니다. 하지만 이 고전이 오래 살아남은 힘은 줄거리의 우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작품을 대신 읽어 드리기보다,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해설을 목표로 합니다. 배비장이 끝까지 지키려 한 얼굴이 무엇이었는지, 애랑과 방자와 제주목사가 어떤 방식으로 그 얼굴을 흔들었는지, 그리고 웃음 뒤에 왜 서늘함이 남는지를 장면 중심으로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