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를 떠올리면 먼저 귀신과 여우, 기묘한 밤과 낯선 만남의 장면이 떠오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집을 괴담의 창고로만 읽는 순간, 가장 중요한 절반은 닫혀 버립니다.
포송령은 사람을 직접 훈계하는 대신 인간 아닌 존재를 불러 인간의 욕망과 위선, 연민과 체면, 사랑과 결핍을 비추었습니다. 그래서 『요재지이』를 다시 읽는 일은 옛 기담을 훑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어디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어디에서 끝내 자기 마음을 들키는지 새롭게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대표편 몇 편을 얇게 정리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여우와 귀신이 왜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지, 기이함이 왜 현실을 우회하는 독법이 되는지, 웃음과 풍자가 왜 서늘한 비판의 힘으로 바뀌는지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가장 넓은 입구를, 이미 몇 작품을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다시 펼칠 이유를 드리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줄거리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늘 아쉬웠던 독자, 『요재지이』를 한 번쯤 제대로 읽어 보고 싶었던 독자, 북클럽과 강의에서 작품의 핵심 문장을 붙잡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가장 실용적인 첫 길이자 가장 오래 남는 재독의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