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연결의 시대로 불린다. 인터넷은 국경을 가볍게 넘고, 자본은 클릭 몇 번으로 대륙을 건너며, 반도체 설계와 제조, 조립과 판매는 여러 나라를 가로지르는 네트워크 위에서 이뤄진다. 화상회의가 협상을 대신하고, 금융 거래는 빛의 속도에 가까운 시간감각을 만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지리가 점점 덜 중요해졌다고 느낀다. 지도는 교실 벽에 걸린 오래된 그림처럼 보이고, 진짜 권력은 데이터센터와 알고리즘, 플랫폼 기업의 서버실 안으로 옮겨간 듯하다.
하지만 세계정치는 이상하리만큼 오래된 방식으로 우리를 붙잡는다. 군대는 여전히 평원을 통과해야 하고, 함대는 여전히 좁은 해협을 지나야 하며, 에너지와 곡물, 광물과 반도체는 여전히 물리적인 항로와 항만, 도로와 철도, 케이블과 저장시설을 필요로 한다. 국경은 서류상 선 하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군사 동원 계획의 기준이 되고, 관세와 제재의 경계가 되며, 어떤 민족과 언어, 종교, 제국의 기억이 충돌하는 단층선이 된다. 데이터가 지리를 지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데이터의 흐름마저 지리적 인프라에 깊이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의 세계를 다시 느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