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염병을 병원 안의 사건이 아니라 문명 전체를 흔드는 사회적 사건으로 읽기 위해 쓰였다. 우리는 흔히 팬데믹을 바이러스와 세균의 이야기로 기억한다.
병원, 백신, 치료제, 감염 곡선, 사망자 수 같은 요소들이 전면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전염병의 진짜 무대는 늘 병원 밖에 더 넓게 펼쳐져 있었다.
항구와 시장, 병영과 학교, 공장과 골목, 의회와 관청, 교회와 장례식장, 뉴스룸과 가정의 식탁이 모두 그 무대였다. 질병은 몸에서 시작되지만, 팬데믹은 사회의 조직 방식 전체를 건드린다.
그래서 전염병의 역사는 의학사의 하위 장르로만 읽히기 어렵다. 어떤 병이 어떻게 퍼졌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