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읽고도 막연한 비극만 남았다면, 이 책은 왜 하필 구두가 끝까지 남았는지를 정확히 짚어 줍니다.
가난 그 자체보다 가난을 견디는 형식,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되지 않는 체면의 언어를 중심에 놓고 작품을 다시 읽습니다.
성남이라는 도시 공간, 광주대단지의 그림자,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의 거리, 수술비 앞에서 드러나는 계산까지 촘촘히 따라가며 작품의 서늘한 윤리 구조를 풀어냅니다.
권 씨를 단순한 불쌍한 가장으로 소비하지 않게 만드는 해설의 힘이 분명합니다.
한국 현대소설을 더 깊이 읽고 싶은 독자, 독서모임에서 인물과 공간과 사물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짚고 싶은 독자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익숙한 작품을 납작한 교훈담이 아니라 구조의 소설로 다시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문턱에 남은 구두 하나가 어떻게 한 인간의 자존, 분노, 사회적 실패를 동시에 증언하는지 읽고 나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이 소설을 제대로 다시 읽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기준점이 되어 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