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972호
AI가 챗봇 형태로 개발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인간은 어떤 대상을 마주할 때 그 대상이 믿음이나 욕구, 의도를 가진 인격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그 행동을 예측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인지과학자 대니얼 C. 데닛은 이를 ‘의도적 태도’로 개념화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데이터 처리 지연으로 인해 느려지거나 멈출 때, “얘 지금 나처럼 일하기 싫은가 봐”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이 개념은 AI 기업에도 큰 영감을 줬습니다. AI는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인화’를 유도합니다. 인간이 그 틈을 사랑이나 우정 등으로 채워 넣는 동안을 기업은 놓치지 않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식입니다.
2025년 5월 미국 국립과학원이 발행하는 피나스PNAS에 발표된 논문 ‘의인화된 대화형 AI의 효용과 위협’은 AI가 사람처럼 말하고 반응하는 소통 능력이 그 중요성에 비해 덜 주목받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사람 같은 말투와 태도는 사용자가 AI를 더 쉽게 믿고, 더 많이 털어놓고, 덜 의심하게 만듭니다. 저자들은 이 같은 AI의 ‘인간다움’을 기술적 기능이 아닌 윤리적·정치적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I는 인간의 마음 영역에 얼마만큼 들어와 있을까요. 인간은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때 AI에 얼마나, 어떻게 의존할까요. 제972호에서 장일호 기자·이한울 PD가 AI 상담의 현실과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