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이 낯설게 들리는 이유는 음악을 이해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무엇을 붙잡고 들어야 하는지 아직 귀가 방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야금을 악기 지식부터 외우게 하는 대신 농현, 장단, 여백, 호흡, 선율의 흐름을 따라 초보자의 귀가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신호를 먼저 보여 준다.
한 음이 끝난 뒤 남는 떨림, 장단이 만드는 걸음, 느린 곡의 여백, 정악과 산조의 다른 말투, 풍류가야금과 산조가야금의 차이, 독주와 병창과 합주에서 달라지는 감상 포인트를 차근차근 짚는다. 공연장과 영상, 12현과 25현, 잔잔한 곡과 경쾌한 곡을 번갈아 듣는 방식까지 실제 감상 루틴으로 이어진다.
국악을 좋아해야 한다는 부담은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 오늘은 농현만 듣고, 다음에는 장단만 듣고, 그다음에는 여백만 들어도 충분하다. 가야금을 처음 접하는 독자, 공연장에 가 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들어야 할지 몰랐던 독자에게 이 책은 낯선 소리가 어느 순간 가까워지는 실전 감상 안내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