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멀고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상 뒤에 의외로 분명한 길잡이가 숨어 있다. 장단이 시간을 묶고, 호흡이 문장을 만들고, 시김새가 말맛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악, 민요, 판소리는 이름이 아니라 장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 책은 초보자가 국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12가지 감상 장면을 차례로 펼친다.
정악의 느린 호흡, 민요의 지역 말투와 몸짓, 판소리의 소리·아니리·발림·추임새, 대금·피리·해금·가야금의 음색, 공연장과 영상 감상의 차이까지 실제 감상에서 자주 막히는 지점을 생활어로 풀어 준다. 용어 설명에 머물지 않고 프로그램 북 읽기, 공연장 반응, 30분 감상 루틴까지 이어져 첫 공연의 부담을 낮춘다.
국악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압박보다, 무엇을 먼저 들어야 하는지 아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낯선 소리를 질서로 바꾸고 싶은 독자, 정악과 민요와 판소리를 한 번쯤 가까이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국악 감상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