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늘 눈으로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멀리 떠나면 낯선 풍경을 만나고, 그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돌아와서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장가계 여행은 조금 달랐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러 갔지만, 비와 안개는 여러 번 우리의 시야를 가렸다. 천문산의 깊은 절벽도, 원가계의 기암절벽도, 아바타의 배경이 되었다는 봉우리들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쉬웠다. 먼 길을 왔는데 왜 하필 이런 날씨일까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안개에 가려진 산은 마음속에서 더 크게 자랐고, 비에 젖은 길은 오래된 수묵화처럼 기억에 번졌다. 선명한 사진보다 더 깊이 남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번 여행은 아내와 함께 떠난 첫 해외여행이었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미루어 두었던 시간, 퇴직 후에야 비로소 손을 잡고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날 수 있었던 길이었다. 장가계의 산과 물, 비와 안개, 낯선 사람들과 작은 해프닝들은 우리 부부의 시간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이 책은 장가계의 절경을 소개하는 기록이기보다, 그 절경 앞에서 내가 느낀 마음의 기록이다. 보이는 풍경과 보이지 않는 풍경 사이에서, 여행은 내게 다시 묻고 있었다.
무엇을 보았는가.
무엇을 놓쳤는가.
그리고 무엇이 마음에 남았는가.
나는 이제 그 대답을 천천히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