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왜 싸우고 있는가.
직장 동료와의 갈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논쟁, 세대 간의 충돌, 계층 간의 혐오. 우리는 매일 무언가와, 혹은 누군가와 싸운다. 그것이 정당한 분노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억울함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싸움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이상한 감각이 남는다.
내가 이겼는데, 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걸까.
그때부터였다. 나는 싸움 자체보다 싸움이 만들어지는 구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패턴이 반복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좀처럼 직접 싸우지 않는다. 그들은 싸울 필요가 없다. 대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도록 환경을 만든다. 먹이를 던지고, 벽을 세우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멀리서 지켜본다.
두 사람이 싸우는 동안 제3자는 이익을 챙긴다. 이것은 오래된 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매번 그 구조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눈을 뜨고도, 알면서도.
이 책은 그 구조를 해부하는 책이다.
적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가 적으로 지목한 사람이 진짜 적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진짜 게임은 우리가 보는 곳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내가 왜 이 싸움에 끌려 들어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판을 읽는 자만이 판 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지금부터 그 눈을 함께 갖추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