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오래 눌린 사람은 체력보다 먼저 말을 잃는다. 바쁘다, 지친다, 일이 많다 같은 말만 남을 때, 실제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돈인지 시간인지 관계인지 역할의 흐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노동의 언어는 그 뭉개진 피로에 다시 이름을 붙이는 책이다.
원고는 월급, 의미, 반복 업무, 시간, 휴식, 성과, 평가, 감정노동, 돌봄과 취약성, 조직의 언어를 차례로 살핀다. 마르크스와 아렌트의 사유, 노동사회학의 문제의식, 한국 직장인의 장시간 노동과 평가 불안, 프리랜서의 자유와 불안을 함께 놓고 일의 감각이 어떻게 흐려지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은 퇴사나 이직 같은 큰 결정을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피로를 더 정확한 문장으로 부르는 법, 내 시간이 어디서 부서지는지 보는 법, 성과와 평가가 나를 어떻게 줄 세우는지 읽는 법을 제시한다. 일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보다 언어다. 이 책은 바로 그 언어를 되찾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