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혁은 커다란 몸으로 주변을 압도하며 눈앞의 거대한 컨테이너 안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
불이 활짝 켜진 컨테이너 내부로 발을 디딘 다희는 뇌 정지가 온 듯 굳어 버렸다.
엑스레이 같은 대형 장비는 없었지만, 무영등과 수술대, 그리고 각종 최첨단 의료 기구와 소독 장비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그야말로 완벽한 ‘야전 병원’이었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죠?”
“금다희 선생이 앞으로 1년간, 그 잘난 몸으로 빚을 까 나갈 곳.”
수혁이 재킷을 벗어 던지며 셔츠 소매를 거칠게 걷어붙였다. 터질 듯한 팔뚝 근육 위로 서늘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1년. 우리 애들 다치면 군말 없이 고쳐. 그러면 선생의 그 지긋지긋한 빚, 깔끔하게 지워 주지.”
선택권 따윈 애초에 없었다. 철산지구의 포식자 앞에서 자존심을 부리기엔 다희의 현실이 너무나 피폐했다.
1년. 딱 1년만 이 지옥 같은 야전 병원에서 버티면 사채라는 거대한 늪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좋아, 선생은 1년간 내 거야.”
지옥의 계약이 성립된 순간이었다. 사인을 확인한 수혁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묘한 열기로 번들거렸다.
“읍……!”
수혁이 예고도 없이 다희의 뒷덜미를 억세게 움켜쥐고는 그대로 입술을 집어삼켰다. 이건 단순한 키스가 아니었다. 입안으로 나누는 가장 지독하고 끈적한 섹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