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일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석유 하나로 천문학적인 부를 쌓아 올린 나라들입니다. 그렇다면 의지가 없어서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무기만 골라, 마치 명품을 사들이듯 거침없이 구매하는 나라들이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싸움을 못 합니다. 인구 수억 명에 이르는 아랍 세계가, 인구 천만 명 남짓한 이스라엘 하나를 끝내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변변한 정규군도 갖추지 못한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십 년째 끌려다니고 있지요.
저는 이 장면 앞에서 오래 멈춰 섰습니다. 무기가 부족한 것도,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료를 한 겹씩 들춰볼수록, 그 답이 무기나 예산이 아니라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군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권력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그리고 땅과 사람은 군대를 어떻게 길러내는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은 무기 카탈로그를 펼쳐놓고 누가 더 강한 전투기를 가졌는지 따지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세계 최고의 전투기를 수십 대씩 사들이고도 그것을 몰 조종사가 없어 격납고에 모셔두는 나라, 강한 군대가 외적보다 왕실에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일부러 이기지 못하는 군대를 설계한 나라, 자국민이 없으니 결국 사람까지 돈으로 사들이는 나라. 이 기묘한 역설의 뿌리를 따라가는 책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무능 뒤에는 놀라울 만큼 일관된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쿠데타의 공포, 방어선 하나 없는 사막, 자국민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인구 구조, 그리고 안보마저 외주로 돌려버린 선택. 이 네 가지가 맞물려 만들어낸 구조가 바로 오늘날 중동 군대의 민낯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는 이스라엘이라는, 패배가 곧 소멸인 줄 알고 사는 나라 앞에서 번번이 무너집니다.
저는 군사 전문가도 중동 연구자도 아닙니다. 낮에는 제 일을 하고 밤에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그저 호기심 많은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같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자, 이제 그 역설의 한가운데로 함께 걸어 들어가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