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과 난잡, 그리고 현대문명의 욕망 구조』는 인간 욕망의 두 가지 붕괴 양식인 ‘도착’과 ‘난잡’을 정신분석, 정신의학, 예술철학, 문명비평의 관점에서 구분하고 해석한 전문 인문·심리학 저작이다.
이 책은 도착을 단순한 성적 방종이나 비정상적 행동으로 보지 않는다. 도착은 금지, 시선, 사물, 고통, 장면, 상징을 통해 욕망이 우회적으로 조직되는 구조이다. 반면 난잡은 상징적 질서나 애착 없이 성적 쾌감이 반복되고 흩어지는 상태로 분석된다. 저자는 도착을 “금지를 아는 자의 위반”으로, 난잡을 “금지를 충분히 내면화하지 못한 욕망의 무질서”로 구분한다.
책은 먼저 도착의 정신분석적 구조를 살핀다. 초자아, 금지, 죄책감, 시선, 사물화, 고통과 쾌감의 결합을 통해 도착이 왜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라 ‘기이한 질서’인지를 설명한다. 이어 난잡을 충동성, 애착 결핍, 초자아 미성숙, 반사회성, 자기애적 공허와 연결하여 분석한다.
또한 사드, 카사노바, 달리, 뒤샹을 통해 도착과 난잡의 문명사적 의미를 조명한다. 사드는 도착의 철학화, 카사노바는 난잡한 색정적 반복, 달리는 기이한 창조성, 뒤샹은 현대미술의 도착적 전복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다루어진다.
후반부에서는 현대미술과 포스트모던 문명이 욕망을 어떻게 해방하고, 동시에 소비화·상품화·이미지화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현대문명은 억압된 욕망을 해방시켰지만, 그 욕망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지 못할 때 도착과 난잡의 혼합된 문명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 책은 욕망을 무조건 억압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동시에 욕망의 무제한적 방치도 해방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과제는 욕망의 제거가 아니라 욕망의 상징화이며, 리비도의 창조적 재구성이다.
『도착과 난잡, 그리고 현대문명의 욕망 구조』는 인간의 성, 욕망, 예술, 문명, 정신병리를 깊이 있게 사유하려는 독자에게 적합한 책이다. 정신분석과 정신의학에 관심 있는 독자, 현대미술과 포스트모던 문명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려는 독자, 인간 욕망의 어두운 구조와 창조적 전환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독자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