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처럼』은 장해림의 아트 포트폴리오로, 생명과 비생명, 기억과 상실, 실재와 모방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집이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의 경계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 책은 꿈, 기록, 상실,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각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작품집은 「검은 새」, 「북극의 불」, 「걸어다니는 종이」, 「바닷속에 뽀시래기로 살아남기」, 「아이와 아이디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서로 다른 이미지와 서사를 통해 생명, 모방, 죽음, 재생, 애도, 기억의 문제를 변주한다. 흑백의 절제된 화면, 여백이 많은 구성, 손그림의 선, 일기와 연구일지 형식의 문장은 독자에게 사라진 존재가 남긴 감각을 조용히 마주하게 한다.
특히 「검은 새」와 미래 연구실의 기록은 이 책의 핵심 정서를 보여준다. 하얀 새를 부러워하던 검은 새의 이야기, 폐허가 된 세계에서 죽은 존재를 다시 살리려는 연구자의 기록, 그리고 끝내 사랑했던 존재를 놓아 보내는 장면은 ‘살아 있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생명은 생물학적 상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기억 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얼굴, 기록 속에 남은 목소리, 이미지 안에서 아직 움직이는 듯한 선, 상실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감각이 또 하나의 생명처럼 존재한다.
『살아있는 것처럼』은 인공지능과 생명 재현 기술의 시대에 예술이 무엇을 되살릴 수 있으며, 무엇을 끝내 놓아주어야 하는가를 묻는 작품집이다. 이 책은 사라진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감각, 죽음 이후에도 남는 흔적의 온도, 그리고 이미지가 품을 수 있는 애도의 힘을 조용하고 깊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