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물로 씻고, 요리하고, 커피를 내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약 7~8억 명은 안전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17억 명은 기본적인 위생시설조차 이용하지 못한다. 물은 생존을 위한 필수 자원이지만 여전히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고, 이는 빈곤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소녀들이다. 물을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오가는 일이 대부분 여성의 몫이 되면서 교육과 경제 활동의 기회가 제한된다. 물 부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젠더, 빈곤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 문제다.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이러한 현실을 직접 목격한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은 물 전문가 개리 화이트와 함께 비영리단체 워터닷오알지Water.org를 설립하고 해결에 나선다. 《물은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비싼 걸까? The Worth of Water》는 이들의 10여 년에 걸친 도전을 통해, 물 문제가 단순한 자선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글로벌 과제임을 보여준다.
* 이 책은 2022년 출간된 《워터: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의 개정판입니다.
◆ 물 부족, 여성 인권, 빈곤 문제 등 지구촌 불평등 현장을 가다
“겨우 물 한 통을 얻으려고 하루 6시간을 걸어야 한다고?”
1980년, 유엔은 ‘국제 식수 공급 및 위생의 10년’을 선언하며 모든 인류가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환경 훼손, 경제 침체로 재원이 줄어들면서 물 부족 문제는 기대와 달리 더욱 악화되었다. 물 부족은 기후 온난화가 초래한 대표적 위기이자 빈곤의 주요 원인으로, 매년 약 2,6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 또한 수인성 질병인 설사는 말라리아, 홍역, 에이즈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물 담당 아내’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잠비아에서 돌아온 맷 데이먼은 물을 길으러 가던 소녀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물이 모든 삶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이후 에티오피아에서 고장 난 채 방치된 우물과, 그 옆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이들을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는다. 한편 개리 화이트가 과테말라에서 만난 여성은 평생 위생시설 없이 살아가며 새벽에 들판에서 볼일을 보고, 낮에는 물을 긷는 일로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한스 로슬링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빈곤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극빈층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이어진다면 물로 인한 빈곤의 고리를 끊고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세계 최대의 난제에 지속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다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투자하는 겁니다.”
인도 빈민촌에서는 화장실이 없어 유료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화장실 설치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 이러한 ‘대처 비용’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3천억 달러에 달하며, 비효율적인 시스템 속에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물 부족 문제 해결에는 향후 10년간 매년 약 1,140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부만으로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