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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도시를 바꾼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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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도시를 바꾼 규칙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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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9791124487242
책 소개
전염병은 병원 안에서만 도시를 바꾸지 않는다. 병은 사람의 몸에서 시작하지만, 물길과 하수도, 항구와 병원, 시장과 학교, 대중교통과 주거, 통계와 행정 명령을 통과하며 생활의 규칙을 바꾼다. 어느 날 수도꼭지의 물이 의심받고, 병원 출입구가 둘로 나뉘며, 시장의 통로와 학교의 시간표가 달라진다. 위기가 지나간 뒤에도 이런 변화의 일부는 시설과 제도, 예절의 형태로 남는다.

『전염병이 도시를 바꾼 규칙』은 감염병의 연대기를 빠르게 훑는 책이 아니다. 흑사병, 콜레라, 결핵, 인플루엔자, 코로나19를 공포의 목록으로 늘어놓지도 않는다. 이 책이 묻는 것은 병마다 도시의 어떤 약점이 드러났고, 그 약점을 고치려는 과정에서 어떤 규칙이 생겼는가이다.

병은 같은 방식으로 도시를 바꾸지 않았다. 페스트와 항구의 역사는 검역과 경계의 언어를 만들었고, 콜레라는 물과 하수도를 공공의 책임으로 끌어올렸다. 결핵과 인플루엔자는 방의 크기와 햇빛, 환기, 학교와 집회의 밀도를 다시 보게 했다. 코로나19는 병원과 교통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생활, 필수노동과 돌봄 공백까지 한꺼번에 드러냈다. 하나의 병이 하나의 제도를 낳았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병마다 도시의 다른 연결부를 비춘 역사다.

한국 독자에게 이 변화는 먼 도시사의 장면이 아니다. 2015년 메르스 유행은 병원 안 감염관리와 환자 이동, 응급실과 병실의 동선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2020년 코로나19 대응에서는 동선 공개, 전자출입명부, 마스크, 거리두기, 학교와 시장의 운영 방식이 일상의 규칙으로 들어왔다. 빠른 대응은 시간을 벌었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낙인, 소상공인의 비용, 돌봄과 학습의 공백을 남겼다.

도시는 편의의 기계가 아니라 공통의 약속으로 움직인다.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약속, 오수와 쓰레기가 생활공간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약속, 아픈 사람이 치료받고 쉴 수 있다는 약속, 위험 정보가 숨겨지지 않되 개인의 삶이 함부로 노출되지 않는다는 약속이 도시의 하루를 지탱한다. 감염병은 이 약속이 실제로 누구에게 작동하는지 가장 빠르게 시험한다.

이 책은 통제를 무조건 옹호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검역과 격리, 동선 공개와 데이터 활용은 어떤 상황에서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하다는 말만으로 정당성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근거와 기간, 지원과 해제 조건, 수집 범위와 삭제 시점, 비용을 떠안는 사람을 함께 보아야 한다.

전염병을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탓으로 돌리면 병이 통과한 구조가 가려진다. 병을 공포로만 기억해도 같은 실패가 반복된다. 물, 주거, 노동, 이동, 돌봄, 데이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읽을 때 비로소 도시가 무엇으로 버티고 어디에서 무너지는지 보인다.

이 책은 현재의 의료·방역 지침을 대신하지 않는다. 실제 감염병 상황에서는 질병관리청과 지역 보건당국 등 최신 공식 안내를 따라야 한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위기 때의 행동 요령이 아니라, 감염병이 지나간 뒤 도시의 공간과 제도, 시민의 관계에 남은 규칙의 역사다.

목차
프롤로그. 병은 사람을 흔들고 도시는 길을 바꾼다

제1장. 전염병은 왜 도시의 약한 곳을 먼저 드러내는가
  1절. 병은 개인의 몸에서 시작해 도시의 틈으로 번진다
  2절. 밀집은 위험이 아니라 조건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3절. 주거와 노동 이동이 감염의 경로를 만든다
  4절. 약한 곳을 보는 순간 도시의 공공성이 시작된다

제2장. 물과 하수도가 공중보건의 언어가 된 순간
  1절. 냄새의 도시에서 물길의 도시로
  2절. 콜레라 지도는 질병보다 인프라를 가리켰다
  3절. 상수도와 하수도는 보이지 않는 사회 계약이다
  4절. 깨끗한 물은 편의가 아니라 도시의 기본권이다

제3장. 격리와 검역은 도시의 문을 어떻게 다시 만들었나
  1절. 항구의 40일은 도시의 경계를 바꾸었다
  2절. 격리는 보호와 배제 사이에서 흔들린다
  3절. 검역은 이동의 권리와 공공의 안전을 협상한다
  4절. 문을 닫는 규칙은 누구의 삶을 먼저 멈추게 하나

제4장. 병원·거리·시장: 감염병이 만든 공간의 질서
  1절. 병원은 치료의 공간에서 분류의 공간으로 바뀐다
  2절. 시장과 학교는 일상의 밀도를 드러낸다
  3절. 거리의 폭과 동선은 감염의 상상력을 바꾼다

제5장. 지도와 통계는 보이지 않는 감염을 어떻게 보이게 했나
  1절. 점 하나가 도시의 원인을 가리키는 순간
  2절. 숫자는 공공의 눈이 되지만 누락도 만든다
  3절. 데이터는 신뢰를 얻을 때 규칙이 된다

제6장. 대중교통과 밀집의 딜레마
  1절. 이동은 도시의 힘이자 감염의 통로가 된다
  2절. 혼잡을 줄이는 규칙은 생활비와 시간을 바꾼다
  3절. 멈출 수 없는 노동이 이동의 위험을 떠안는다

제7장. 노동자와 빈민가가 먼저 다친 이유
  1절. 병은 평등하게 오지 않고 비용을 다르게 요구한다
  2절. 과밀 주거는 개인 습관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3절. 돌봄 노동은 위기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도시의 뼈대다

제8장. 마스크와 거리두기 너머의 사회 규칙
  1절. 얼굴을 가리는 물건은 예절과 갈등을 함께 만든다
  2절. 거리는 숫자가 아니라 관계의 감각을 바꾼다
  3절. 낙인은 규칙보다 빠르게 사람을 가른다

제9장. 데이터 도시와 사생활의 새로운 충돌
  1절. 동선은 공공 정보가 되기 전에 개인의 삶이다
  2절. 추적 기술은 안전과 감시 사이에서 작동한다
  3절. 위기 이후에도 남는 데이터의 질문

제10장. 전염병 이후 도시 계획이 남긴 유산
  1절. 넓은 길과 공원은 위생의 상상력에서 자랐다
  2절. 주거 기준은 병의 기억을 공간으로 바꾼다
  3절. 좋은 도시계획은 재난을 잊지 않는 장치다

제11장. 다음 감염병 앞에서 도시가 준비해야 할 것
  1절. 병상보다 먼저 물과 공기와 주거를 점검한다
  2절. 돌봄과 정보의 속도가 도시의 회복을 가른다
  3절. 준비는 예언이 아니라 약한 고리를 줄이는 일이다

제12장. 공포가 아니라 구조로 도시를 읽는 법
  1절. 공포는 빠르지만 구조는 오래 남는다
  2절. 시민은 환자가 되기 전에 도시의 사용자다
  3절. 병을 겪은 도시는 더 공정한 규칙을 물어야 한다

에필로그. 도시는 병을 잊어도 규칙은 남는다

참고문헌

작가 소개
  • 작가넥스트북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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