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혁명Evolution and Revolution
이 책은 점진적인 도덕적·사상적 성장, 즉 ‘진화’가 결국에는 기존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급격한 변화, ‘혁명’으로 터져 나온다는 변증법적 사회철학을 강렬하게 펼쳐 보이는 정치 에세이다. 저자는 혁명을 단순한 폭력이나 야만적 돌발행동이 아니라, 마치 나무에 서서히 오르던 수액이 어느 순간 나무 전체를 휘감으며 완전히 다른 생명으로 깨어나는 생물학적 변화처럼, 유기적인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기득권층이 움켜쥐고 있던 편견의 껍질을 서서히 벗겨낸다.
1871년 파리 코뮌을 유혈 진압하며 사회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호언장담하던 아돌프 티에르의 오만함을 저자는 집요하게 비꼰다. 페르 라셰즈 묘지와 누벨칼레도니의 감옥섬에 사상을 묻어버리면 다 끝난 줄 아는 보수 정치인들의 무능, 그리고 성경의 구절까지 꿰맞춰 가난을 정당화하려는 부유층의 위선을 하나하나 까발린다. 또한 오페레타 풍자 의식에 직접 참석해 자기 권위조차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유럽의 군주들, 그런 구체제는 이미 속부터 곪아버려 바슬바슬 무너질 날만 남은 ‘좀먹은 제도’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낸다.
반면 서구 사회가 야만적이라고 멸시하던 러시아의 니힐리스트들은, 저자에게는 폭풍이 이는 전장의 한가운데서도 굳건히 싸우는 ‘새 시대의 창조자들’로 높은 찬사를 받는다. 그는 또한 기득권층이 다윈의 진화론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약육강식의 논리, ‘강자의 권리’만을 내세우는 것을 뼈아프게 비판한다. 심지어 비스마르크의 “힘이 곧 권리다”라는 잔인한 신념마저 역으로 활용해,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폭력적 혁명이 어쩔 수 없는 논리적 귀결임을 주장한다. 자본이 승리하게 된다면, 인간은 결국 철제 톱니와 톱니를 잇는 고무줄처럼, 하나의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디스토피아가 열린다고도 강력히 경고한다.
종교적 신앙이 봄볕에 스러지는 눈송이처럼 힘을 잃어가던 시대, 저자는 이제 ‘결혼 시장’으로 전락한 인간관계를 비판한다. 그리고 대지라는 거대한 식탁이 인류 모두에게 차려져야 비로소 진정한 ‘삶의 연회’가 시작될 수 있다고, 단호하면서도 아름답게 우리를 설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