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힙’에서 ‘텍스트 딥’으로
많은 독자가 여러 번 읽어서 결말을 다 아는 문학작품을 되풀이해서 읽는 까닭은 무엇일까? 에코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등의 예를 꼽으면서 여전히 되풀이해서 읽히는 문학작품의 생명력을 풀이했다. 디지털 문명의 위세가 한창일 때 생의 황혼기를 맞은 에코는 “지금은 컴퓨터가 어떤 이야기를 우리 구미에 맞게 다시 쓰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면서 “그런데 우리는 정말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은 것일까”라고 물었다. 실제로 ‘고쳐 쓰기’보다는 ‘되풀이해서 읽기’가 문학의 가치를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에코가 지금 살아 있어서 인공지능의 시대를 보면 무슨 말을 했을까. 인공지능이 데이터로 수집된 기존의 모든 텍스트의 패턴을 활용하고 내용을 짜깁기하고 문장을 재활용해서 창작을 대행할 수도 있는 세상의 출현을 목격하면서 에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에코는 인공지능 시대를 경험할 수 없었으니 이런 말을 남겼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인물의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안다는 것이다. 소설의 가능한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영원히,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욕망이 닿지 않게, 일은 다 일어났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 좌절을 받아들이고 그로써 숙명에 전율해야 한다.”
‘텍스트 힙’에서 ‘텍스트 딥’으로
많은 독자가 여러 번 읽어서 결말을 다 아는 문학작품을 되풀이해서 읽는 까닭은 무엇일까? 에코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등의 예를 꼽으면서 여전히 되풀이해서 읽히는 문학작품의 생명력을 풀이했다. 디지털 문명의 위세가 한창일 때 생의 황혼기를 맞은 에코는 “지금은 컴퓨터가 어떤 이야기를 우리 구미에 맞게 다시 쓰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면서 “그런데 우리는 정말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은 것일까”라고 물었다. 실제로 ‘고쳐 쓰기’보다는 ‘되풀이해서 읽기’가 문학의 가치를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에코가 지금 살아 있어서 인공지능의 시대를 보면 무슨 말을 했을까. 인공지능이 데이터로 수집된 기존의 모든 텍스트의 패턴을 활용하고 내용을 짜깁기하고 문장을 재활용해서 창작을 대행할 수도 있는 세상의 출현을 목격하면서 에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에코는 인공지능 시대를 경험할 수 없었으니 이런 말을 남겼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인물의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안다는 것이다. 소설의 가능한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영원히,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욕망이 닿지 않게, 일은 다 일어났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 좌절을 받아들이고 그로써 숙명에 전율해야 한다.”
『한국문학』 2026년 하반기호는 특집으로 문학비평가 정과리, 박혜진, 오경진이 202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흐름을 짚어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지난 2024년 이후 유행한 신조어 ‘텍스트 힙Text hip’이 거론되자 참석자의 세대 차이가 드러났다. 중진 평론가가 그 뜻을 묻자, 갓 등단한 평론가가 ‘텍스트 읽기를 힙하게멋지게 여기는 청년 문화’로 풀이했고, 중진 평론가는 ‘아하, 책 읽기가 상징자본으로 소비된다는 것이구먼’이라고 이해했다. 아무튼 참석자들은 2030세대의 SNS를 이용한 텍스트 소비의 새로움에 주목했고, 실제로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