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유년 시절』
러시아 문학의 거인 레프 톨스토이가 스물네 살에 써낸 첫 소설이다. 카프카스에서 포병 장교로 복무하던 청년 톨스토이는 이 원고를 당대 최고의 문예지 《동시대인》에 보냈고,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문단의 찬사를 받으며 한 위대한 작가의 출발을 알렸다. 『전쟁과 평화』도 『안나 카레니나』도 쓰이기 한참 전이었지만, 훗날 톨스토이를 거장으로 만든 모든 씨앗이 이 짧은 책 안에 이미 들어 있다.
이야기의 뼈대는 단순하다. 시골 영지에 사는 열 살 소년 니콜렌카가 보내는 며칠과, 모스크바 할머니 댁에서 맞은 무도회와 첫사랑, 그리고 끝내 날아든 어머니의 부고가 전부다. 토끼 한 마리를 놓치고, 장갑이 없어 무도회에서 쩔쩔매고, 할머니께 바칠 시의 한 구절을 두고 양심에 찔리는 사소한 나날.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 작은 일들을 통해 한 아이의 세계가 어떻게 빛났다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그려 낸다. 어머니의 죽음을 경계로, 행복한, 다시 오지 않을 유년은 막을 내리고 의식과 상실의 시대가 열린다. 책 제목 『유년 시절』은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그 온전한 무게를 얻는다.
이 작품의 가장 놀라운 점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정직한 눈이다. 니콜렌카는 자기를 깨운 가정교사를 속으로 밉살스럽다 욕하다가, 그 선량한 얼굴 앞에서 죄책감에 휩싸여 울고, 꾸지도 않은 꿈을 지어내 말하다가 정말 그 꿈을 꾸었다고 반쯤 믿어 버린다. 감정이 어떤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 흔들리고 뒤집히는 그 과정 자체를 그리는 이 재능을, 비평가 체르니솁스키는 영혼의 변증법이라 불렀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 제 슬픔에 허영이 섞여 있음을 냉정하게 들춰내는 이 눈이, 평생 톨스토이를 위대하게 만든 바로 그 눈이다.
서술의 구조도 깊다. 화자는 열 살 소년이 아니라 어른이 된 나다. 그래서 한 문장 안에 아이의 생생한 즉시성과 어른의 사무친 회한이 겹쳐 흐른다. "행복한, 행복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유년 시절이여!"로 시작하는 대목은 줄거리에서 잠시 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