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핍의 언어로 하루를 산다. 마감, 예산, 효율, 최적화. 이 단어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줄이거나 압축하라고 말한다. 시간을 줄여라, 낭비를 줄여라,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라. 이런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종종 첫 번째로 삭제되는 항목이다. 예쁜 접시 대신 아무 그릇이나, 좋은 노트 대신 뒷면이 인쇄된 이면지. 아름다움은 사치 목록의 맨 위에 놓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결핍이 심할수록, 작은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선명해진다는 것. 밥 한 끼조차 제대로 차려 먹기 어려운 날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예쁜 그릇 하나, 좋아하는 머그컵 하나에 집착한다.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신호다. 아름다움이 사치품이 아니라 최소한의 유지 장치라는 신호.
인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현상을 관찰해왔다. 극도로 궁핍한 환경에서도 인간은 장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감옥에서도, 난민촌에서도, 벽에 그림을 붙이고 화분을 기른다.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행위를, 생존이 위태로운 바로 그 순간에 한다. 이것이 이 책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 아름다움은 잉여가 아니라 조건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