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 레오나르도 샤샤의 대표작 『올빼미의 낮』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1961년 발표된 이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그 존재조차 부정하던 마피아 문제를 처음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로, 출간과 동시에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샤샤는 범죄 소설이나 추리 소설의 개념을 포괄하는 ‘로만조 잘로’의 형식을 빌려 단순한 살인 사건의 전말이 아니라 진실이 은폐되고 정의가 실패하는 사회 구조 자체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올빼미의 낮』은 마피아 서사의 출발점이자, “누가 범인인가”보다 “왜 정의가 실패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정치 소설의 고전이다.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북부 출신 군경찰 벨로디 대위는 법과 이성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한다. 그러나 그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침묵과 공포, 이해관계와 정치적 유착이 만들어 낸 거대한 권력의 그물이다. 목격자는 있지만 증언은 없고, 모두가 보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시칠리아 사회에 깊이 스며든 ‘오메르타’, 곧 침묵의 계율은 진실을 가로막는 장벽이자 마피아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샤샤는 이 침묵을 개인의 비겁함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국가가 민중을 보호하지 못했던 오랜 역사, 법보다 총구가 더 가까웠던 현실, 생존을 위해 침묵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었던 공동체의 왜곡된 윤리를 차갑고도 정밀하게 보여 주면서, 정의의 실패가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뿌리내린 묵인과 타협의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집요하게 해부한다.
이성과 진실을 대변한 작가, 레오나르도 샤샤
레오나르도 샤샤는 1921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라칼무토에서 태어났다. 사범학교에서 문학의 길로 이끈 스승 비탈리아노 브란카티를 만났고, 졸업 후 농업협동조합에서 일하며 시칠리아 농촌의 가난과 불평등을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이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독재의 우화』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고향에서의 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쓴 『레갈페트라의 교구』를 통해 시칠리아의 역사적·사회적 현실을 예리하게 드러내며 주목받았다.
샤샤에게 시칠리아는 단순한 고향이나 작품의 배경이 아니었다. 그곳은 권력, 불평등, 침묵, 부패가 응축된 현실의 축소판이었다. 그는 시칠리아를 이해하는 일이 곧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보았다. 『올빼미의 낮』 이후에도 『각자의 몫』, 『토도 모도』 등 잘로 형식을 변주한 작품들을 통해 마피아와 권력의 공모, 국가 정치까지 오염시키는 부패의 구조를 집요하게 파헤쳤다. 또한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문학이 지향한 정의와 진실의 문제를 현실 정치의 영역에서도 놓지 않았다. 시칠리아인들과 이탈리아인들에게 샤샤는 이성과 진실을 대변하는 작가, 부패가 통치의 불변 조건이 아님을 일깨운 도덕적 지식인으로 기억된다.
시칠리아의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된 침묵의 사건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 이른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건설조합장 콜라스베르나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살해된다. 범행은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졌지만,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하나같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도 입을 닫는다. 사건을 맡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