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운동이다. -박미숙
나는 한때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사람이었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날,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앞으로의 삶은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 그리고 점점 약해지는 몸.
항암 치료를 받으며 나는 내가 알던 ‘나’가 아니게 되었다.
몸은 쉽게 지치고, 작은 통증에도 예민해졌으며, 마음은 이유 없이 가라앉았다. 선항암 8번, 수술, 방사선 치료를 30번이나 받는 동안,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때, 나는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운동이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더 아프고 더 우울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인 것이 시작이었다.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다시 몇 걸음 걷는 그 반복.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조금씩 걷다 보니,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
몸이 아주 조금 가벼워졌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불안과 두려움이 잠시나마 멀어졌다. 아프던 날에도, 걸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몸을 살리는 힘’이라는 것을.
걸으면 혈액이 흐르고, 몸이 따뜻해지고, 굳어 있던 것들이 풀린다.
그리고 그 변화는 몸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음까지 따라 움직인다.
어느 날부터 나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걷기는 나에게 천연 항암제다.”
물론 걷는다고 해서 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걷기는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만들어 주었다.
그 경험은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나는 걷기를 더 깊이 알고 싶어졌고, 결국 시니어 운동처방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생리학을 배우며 몸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고, 걷기지도사 1급 자격과 다양한 운동 자격증을 취득하며 ‘누군가를 돕는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확신한다.
걷기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운동이다.
특히 아픈 사람일수록, 지친 사람일수록, 마음이 무너진 사람일수록
걷기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작이 되어준다.
이 책은 단순한 걷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아픈 몸으로도 걸을 수 있었던 경험, 걷기를 통해 다시 살아난 이야기, 그리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걷기 방법을 담았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아팠고, 살기 위해 걸었고, 그 길에서 변화를 경험한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다.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망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그 한 걸음이 쌓이면, 삶은 분명히 달라진다.
나는 그 길을 이미 걸어왔고,
이제 당신과 함께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