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시에 살아도 같은 하루를 사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은 집 앞 지하철로 25분 만에 회사에 도착하고, 다른 사람은 버스와 환승을 거듭하며 하루의 기운을 통근에 쓴다. 집값은 도시의 격차를 보여 주지만, 시간과 안전, 병원과 학군, 공원과 상권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 책은 도시의 계급을 소득표가 아니라 생활권의 지도에서 읽는다. 아파트 이름과 단지 경계, 지하철 노선과 배차, 학군과 사교육 밀집지, 병원 접근성과 응급실까지의 거리, 상권의 층위, 문화시설과 밤길의 안전감각, 젠트리피케이션과 세대별 취약성이 어떻게 일상의 선택지를 나누는지 살핀다.
도시의 불평등은 멀리 있는 통계가 아니라 매일 아침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주소의 서열을 비난하거나 선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보행일상권과 대중교통, 의료와 문화 인프라의 공정한 배치를 통해 생활의 권리를 다시 묻는다. 내가 사는 동네와 도시 정책을 더 깊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 맞는 사회교양서다.